반려동물

펫로스(pet loss) 극복, 우리 가족을 보내는 마음 챙김

펫로스(pet loss) 극복

우리 가족을 보내는 마음 챙김, 천천히 해도 괜찮아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이제 새로운 아이를 들이는 건 어때?”
“그래도 행복했잖아.”

이런 말, 펫로스를 겪고 있을 땐
진심이어도 가끔은 칼처럼 아프게 꽂힙니다.
나한텐 아직 너무 생생한데,
사람들은 벌써 괜찮아졌다고 믿는 것 같고,
괜히 나 혼자만 멈춰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들어요.

저도 똑같았어요.
우리 집 첫 반려견 ‘보리’를 보내고 나서
밥맛이 없고, 말도 줄고,
무의식적으로 현관문을 보게 되고,
새벽마다 보리 이름 부르면서 깨기도 했어요.

그때 저는 “이건 진짜 상실이구나” 싶었고
‘펫로스(pet loss)’라는 단어를 처음 제대로 마주하게 됐어요.

이 글은
지금 펫로스를 겪고 있거나,
언젠가 그 순간이 올까 두려운 사람들 모두에게
제가 겪었던 것들, 그리고 마음을 챙기는 방법들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공유해보는 글이에요.

1. 펫로스란, 단순히 ‘슬픈 일’이 아니에요

펫로스(Pet Loss)는 말 그대로
반려동물의 죽음이나 상실을 경험한 뒤 겪는 깊은 애도 반응입니다.

이 감정은 단순한 슬픔이나 허전함 그 이상이에요.
때로는 우울, 불면, 식욕 부진, 분노, 무기력, 죄책감까지 동반돼요.
심하면 외상후 스트레스(PTSD)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이런 반응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겁니다.
왜냐하면 그 아이는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니라, 가족이었으니까요.

같이 자고, 밥 먹고, 대화하고, 사진 찍고,
하루의 루틴이 모두 그 아이 중심이었던 나에게
그 존재가 사라졌다는 건,
삶의 한 축이 무너진 거나 다름없어요.

2. 펫로스를 더 아프게 만드는 말들

내가 겪은 펫로스를 더 힘들게 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주변 사람들의 ‘위로’였어요.

  • “그래도 너희 집에서 행복하게 살다 갔잖아.”
  • “언제까지 울 거야, 너무 오래 끌지 마.”
  • “다음에 더 좋은 아이 만나면 돼.”

이런 말들이
‘내 감정은 과하다는 건가?’
‘이젠 그만해야 하는 건가?’
‘내가 너무 미련한 건가?’
이런 식으로 저를 자책하게 만들었어요.

근데 아니에요.
그리움은 타이머가 있는 감정이 아니에요.
누군가에겐 한 달, 또 누군가에겐 3년이 걸릴 수도 있어요.
내 속도대로 애도하는 게 맞는 거예요.

3. 제가 실제로 해본 마음 챙김 방법들

그 시기를 어떻게 버텼냐고요?
딱히 ‘극복’이란 단어는 못 쓰겠어요.
그보단 조금씩 내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했던 것 중,
도움이 되었던 것들을 정리해볼게요.

1. 사진을 인화해서 작은 공간 만들기

→ 핸드폰에만 있던 사진들, 뽑아서 액자에 넣었어요.
→ 보리가 쓰던 담요, 장난감이랑 함께 한 켠에 정리해뒀죠.
→ 보고 싶을 땐 마음껏 보고, 울고, 웃고 했어요.

2. 아이 이름으로 작은 글쓰기

→ 편지를 썼어요. “보리야, 오늘도 네 생각했어.”
→ 하루에 한 줄씩 써도 좋아요.
→ 내 감정을 어딘가에 놓아둘 수 있다는 게 위로됐어요.

3. 루틴을 조금만 바꾸기

→ 보리랑 산책하던 시간엔 동네 한 바퀴 걷기
→ 먹이 주던 시간엔 내 차 한 잔 끓이기
→ “그 시간에 무언가를 한다”는 게 텅 빈 마음을 살짝 덮어줬어요.

4. 보호소 봉사, 임시 보호 고민해보기

→ 준비가 되면, 꼭 새 가족을 들이지 않아도
→ 일시 보호나 자원봉사로 다른 생명을 도울 수 있어요
→ 처음엔 힘들지만, 진짜 따뜻한 감정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4. 새 아이를 들이는 타이밍, 정답은 없어요

많은 분들이 “언제쯤 새로운 아이를 들이면 될까요?”라고 물어요.
정말 조심스럽고, 또 많이 고민되는 질문이죠.

제 생각은 이래요.

준비가 안 됐다면, 절대 서두를 필요 없어요.
다른 사람들 말, 주변 시선, SNS 분위기 그런 거 다 무시하세요.

그 아이를 잊기 위해서 새 아이를 들이는 건
새 아이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어요.
반대로, 어느 순간 “내가 다시 사랑할 준비가 됐다” 싶다면
그게 바로 타이밍일 수 있어요.

중요한 건
그 아이의 빈자리를 누군가로 채우는 게 아니라,
그 아이의 사랑을 내 안에 품은 채로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수 있는지
를 나 자신에게 물어보는 거예요.

5. 기억은 사라지지 않아요. 흐려질 뿐이죠

보리가 떠난 지 3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가끔 보리가 자던 자리에 눈길이 가고,
꿈속에서 놀러 나오기도 해요.

예전엔 그게 아프고, 미안했는데
지금은 그냥 “반가워~ 오늘도 와줘서 고마워” 하고 웃어요.

잊지 않아도 괜찮아요.
흐려져도 괜찮아요.
그 아이는 내 마음속에 계속 있을 거고,
그 사랑은 절대 없어지지 않아요.

마무리하며

펫로스를 겪고 있다는 건
그만큼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뜻이에요.
그게 얼마나 멋지고 깊은 감정인지,
누가 뭐래도 스스로 꼭 알아주세요.

“난 아직 그 아이를 보내는 중이야.”
이 말, 혼잣말처럼 하루에 한 번 해보세요.
그게 오늘을 살아내는 힘이 돼줄 수도 있어요.

천천히, 조용히,
하지만 아주 단단하게
우리 마음을 챙겨봐요.
우리 가족은, 우리 마음 안에서
오늘도 함께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