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고양이 격리 기간의 중요성, 신입 고양이 적응시키기

신입 고양이, 그냥 들이면 큰일 납니다

“야옹~” 한 마리가 귀엽다고 덜컥 입양했는데,
기존 고양이가 으르렁댄다거나,
밤새 숨고 울고 밥도 안 먹는다거나…

고양이 둘이 친해질 거라 생각했는데 분위기가 싸늘하죠?
그 이유, 단 하나. ‘격리 기간’을 건너뛰었기 때문입니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에요.
새로운 존재가 갑자기 자기 공간에 들어오면 스트레스를 넘어서 공포를 느낍니다.
심지어 이 스트레스는 건강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어요.
그만큼 격리와 적응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코스예요.

저도 예전에 두 번째 고양이 ‘도도’를 입양하면서 격리 과정을 소홀히 했다가,
기존 고양이 ‘단이’와 3개월을 냉전 상태로 보냈던 경험이 있어요.
결국 다시 처음부터 격리해서 재적응 시켰더니 둘이 지금은 나란히 낮잠도 잡니다.

그럼 고양이 격리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 어떻게 해야 되는지
고양이 입장에서 설명해볼게요.

1. 고양이 격리? 왜 꼭 해야 하냐고요?

고양이는 낯선 것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그게 사람이든 고양이든, 심지어 가구 하나만 바뀌어도 스트레스를 받는 동물이에요.

신입 고양이가 기존 고양이에게 바로 노출되면?

  • 서로 공격하거나,
  • 숨고 밥을 안 먹거나,
  • 혹은 스트레스성 설사나 혈뇨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건 단순한 사회성 문제가 아니라
고양이의 ‘자기 방어 본능’과 ‘영역 보호 본능’이 충돌하는 거예요.

그래서 격리는 단순히 두 마리를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새로운 고양이가 환경에 적응할 시간을 주고,
기존 고양이에게도 준비할 시간을 주는 과정입니다.

2. 격리 기간은 얼마나? 어디서? 어떻게?

대부분의 고양이 전문가들은 최소 2주,
민감한 경우 3~4주까지 격리 기간을 추천합니다.

장소는 이렇게 구성하세요.

  1. 완전 독립된 방 하나를 할당
    작은 방, 베란다 창고, 드레스룸도 괜찮아요
    단, 환기 잘되고 너무 춥거나 덥지 않은 공간
  2. 필수 준비물
  • 화장실
  • 밥그릇, 물그릇
  • 은신처(박스나 담요)
  • 캣타워나 스크래처
  1. 인간의 역할
    하루 10~15분 정도만 방문해서 말 걸고, 손 냄새 익히기
    절대 억지로 안기거나 강제 접촉 금지
    고양이가 먼저 다가올 때까지 ‘존중 모드’ 유지

처음 2~3일은 숨어만 있어도 걱정하지 마세요.
익숙해질수록 기지개 켜고, 눈 맞추고, 그루밍 시작합니다.

3. 격리 중에 해야 할 ‘냄새 교환’

고양이한테 ‘첫인상’은 외모나 소리보다 냄새입니다.
따라서 신입 고양이와 기존 고양이의 냄새를 서로 익히게 하는 게 1단계예요.

이렇게 해보세요.

  1. 담요, 수건, 사용한 장난감을 바꿔서 배치
    한 번씩 냄새 맡아보게 하세요
    처음엔 냄새 맡고 하악~ 할 수 있지만, 점점 적응해요
  2. 장난감으로 교감 유도
    양쪽 방에서 비슷한 장난감을 똑같이 놀아주면
    서로의 기운이 익숙해집니다
  3. 식사 시간 냄새 공유
    방문 앞에 밥그릇을 놓고 서로 냄새가 스며든 상태에서 밥 먹게 해보세요
    밥 먹는 동안 하악질 안 하면 점차 안정 신호

이 과정을 거치면서
기존 고양이는 ‘이건 위협이 아니구나’를 배우고,
신입 고양이는 ‘여기 안전하네’를 학습합니다.

4. 격리 해제는 타이밍이 생명

자, 이제 격리 해제!
근데 급하면 100% 싸움 납니다.
이건 천천히, 계획적으로 가야 해요.

1단계: 문틈 교류
문 사이에 투명 문이나 아크릴을 두고 서로 모습 보게 해주세요
하악질이 심하지 않으면 통과

2단계: 간헐적 만남
짧게 3~5분 정도 문 열고 둘 다 자유롭게 두기
이때 사람은 중간에서 간식이나 장난감으로 긍정적 분위기 유도

3단계: 점점 함께 있는 시간 늘리기
싸움이 나지 않으면 10분, 20분 늘리세요
중요한 건 한 공간에서 밥을 먹을 수 있느냐입니다
밥 앞에서는 본성이 드러나거든요

4단계: 공동 생활 시도
각자 은신처, 화장실, 식사 공간이 분리된 상태에서
문을 완전히 열어두고 자유롭게 움직이게 해보세요

싸움이 일어나면?
바로 격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절대 억지로 친하게 만들려 하지 마세요
고양이끼리 ‘사회적 거리두기’는 생각보다 길고, 필요합니다

5. 실수 많이 하는 사례와 피해야 할 행동

이건 꼭 말하고 싶었어요.
처음 키우는 분들이 자주 하는 실수들, 이건 꼭 피하세요.

  • “금방 친해질 거야!” 하면서 바로 같은 공간에 두기
  • 싸움났는데 소리 지르고 사람 손으로 떼놓기
  • 격리방 문 열어두고 ‘알아서 친해지겠지’ 방치
  • 한쪽 고양이만 편애하기
  • 적응 안 되는데 억지로 껴안기

저도 도도와 단이 사이에 낀 채 싸움 말리려다가 손에 긁힌 적이 있습니다.
고양이들에겐 싸움도 ‘언어’입니다.
제대로 듣고, 반응해주는 게 사람의 역할이에요.

마무리하며

고양이 두 마리가 함께 산다는 건 정말 아름다운 일이지만,
그 시작은 ‘격리’라는 기본을 지켜야만 가능합니다.

신입 고양이도 불안하고,
기존 고양이도 긴장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빨리 친해지길 바라는 건 사람 욕심이에요.

고양이의 속도에 맞춰주면,
시간은 조금 걸려도 결국 서로의 온기를 알아가게 됩니다.

그때 느끼는 평화로움,
소파에 두 고양이가 나란히 앉아 서로 핥아줄 때의 감동.
그건 격리와 적응의 과정을 차분히 밟은 집사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지금 입양 준비 중이라면,
아니면 이미 ‘초긴장 상태’라면
오늘 알려드린 방법 꼭 써보세요.
두 고양이의 미래가 정말 달라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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